<LIMBO> 엔딩을 봤다.
플레이데드에서 만든 게임 <LIMBO>를 했다. XBOX ONE으로 했고 도전과제는 다 못 깼다. 그냥 엔딩만 봤다(이것도 나에게는 엄청 힘들었다 ㅠ).
결론부터 말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재미’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흑백화면이지만 캐릭터의 움직임, 화면 속 오브제, 그리고 배경 디자인의 조합이 주는 시각적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 게임을 영화로 설명해서 좀 미안하지만,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작도 훌륭했다. 방향키와 버튼 두 개만으로 물건 옮기기, 줄 타기 등 꽤 많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뒤로 가면 꽤 어려워지지만 일단 진입 난이도는 매우 낮다. <LIMBO>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다.
세계관+이야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대사 하나 안 나오는 게임에 무슨 스토리가 있을까 했지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일단 주인공이 왜 저런 모험을 하고 있는가 상상하게 되고, 왜 저런 장치(전기톱, 덫, 거미, 폭력적인 꼬마들 등)들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엔딩 직전과 엔딩에 이르러 등장하는 소녀의 실루엣은 문자 그대로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그 순간에는 나의 위치가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조종하는 게이머에서 컷씬을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관객으로 변하는데, 이 연출이 그야말로 대단했다. 한 번 더 미안한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 영화 같았다.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잔혹한 세계관이다. 내(주인공)가 다양한 방법으로 잔인하게 죽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 게임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상을 입어 저항도 못 하는 거미의 다리를 강제로 떼야 하고, 내 또래 아이들의 시체까지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 동화적인 이미지 속에서 잇달아 벌어지는 이런 잔인한 사건들이 나를 게임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공간 속에서 갑자기 신체가 절단되어 죽는 것과 같은 예상을 벗어나는 순간들이 쉬지 않고 계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 <LIMBO>를 다 했으니 플레이데드에서 만든 신작인 <INSIDE>에 곧 도전해 볼 계획이다. <LIMBO>만큼 재미있다고 하니 아주 기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