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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원> 감상 1.
김보년
2016. 8. 10. 20:51
<아웃 원>을 봤다. 엔딩크레딧을 포함해 총 775분의 영화다. 굉장히 길지만, 막상 이틀 동안 4번에 걸쳐 나눠서 보면 그렇게까지 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냥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약간은 멍하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엔딩이 등장한다.
인상적인 건 영화의 뒤로 갈수록 짙게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어떤 무력감이었다. 영화 속 몇몇 등장인물들은 ‘비밀 결사’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정체와 단체의 목적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실패했고, 지금은 옛 기억을 간직하며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콜랭(장 피에르 레오)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자신들을 힘들게 찾아오자 그 정체를 숨기려 한다. 그때의 느낌이 좀 착잡했다. 거창한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 지금은 그 꿈을 좇았다는 기억만 갖고 있고, 심지어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숨기려 한다. 씁쓸한 풍경이었다.
게다가 다른 주인공인 토마는 영화 바깥의 시간으로 거의 13시간 동안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 이에 실패한다. 그리고는 마지막 장면에서 혼자 땅바닥에 누워 울고 웃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역시 저절로 마음이 착잡해졌다.
집으로 와서 영화가 만들어진 연도를 확인해보니 1971년이었다. 소위 ‘포스트 68’ 영화인 셈이다. 어쩌면 <아웃 원>이 리베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정치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