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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임정환, 2014)

김보년 2015. 6. 2. 10:30

     <라오스>의 매력은 종잡을 수 없이 뻗어나가는 전개의 사건들이다. 졸업 영화를 찍던 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태국으로 가고, 그곳에서 다시 라오스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따로 흩어진다. 남은 주인공은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다(하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순간 대중 가요가 흘러나오지만 그 이국적인 곡조는 어떤 특정한 감정을 지시하지 않는다.
     ‘개연성’은 극영화에서 분명 권장해야 할 미덕이지만 종종 익숙한 것들의 나열에만 그치기 쉽다. 그런 맥락에서 <라오스>에는 상투적인 개연성이 없다. 하나의 사건은 완전히 다른 사건을 불러 오고, 그 사건은 다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과 결합한다. 그리고 그 결합이 주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는 단지 해외여행 중에 벌어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차례대로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의 성격 자체를 바꿀 정도로 나아간다. 즉 약간 멍청한 주인공들의 멍청한 행동들을 낄낄대며 보게 만들던 영화가 어느 순간 알지 못했던 세상의 어떤 면을 슬쩍 보여주며 공포마저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다른 세상을 접한 인물은 아무 예고도 없이 영화 밖으로 사라진다. 스산한 공백.
     그렇게 뭔가 무섭다, 는 느낌을 받는 순간 <라오스>는 어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로 바뀌어 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동시에 거침없이 영화 속 이야기를 둘러싼 분위기를 통째로 바꿔버리는 연출이 <라오스>의 영화적 힘이다. 단지 라오스로 간다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올해 가장 재미있고 인상적인 한국 영화 중 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