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직원의 극장 일기 - 종로3가에서 밥 먹기 (6)
대륙
간단한 식사를 이야기 할 때 중국집을 빼놓을 수 없다. 종로 주변에는 중국집이 꽤 많이 있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대륙”이다. 코로나로 최근 몇 달 간 장사를 쉬기도 했고, 내부 공사를 하면서 지금은 간판도 없어졌지만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 가게는 주위에서 보기 드물게 깔끔한 중국집이다. 종로의 식당을 찾을 때마다 청결에 만족한 적이 거의 없는데 이 가게는 그래도 기본은 지키는 편이다. (그렇다고 너무 기준을 높이면 실망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주위의 다른 식당에 비해 청결하다는 말이다.) 접객도 친절한 편이고 음식도 골고루 맛있다. 볶음밥을 시키면 짬뽕 국물이 아닌 계란국을 준다거나,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신뢰를 준다. 중국 냉면(여름 한정 메뉴)이나 유린기 같은 메뉴는 왠만한 중식집의 평균보다 맛있기도 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별도의 방이 있다는 점이다. 일을 하다보면 때로 식사와 회의를 같이 하거나 손님과 간단히 술을 먹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항상 곤란하다. 종로 주위의 식당은 맛을 떠나 대부분 너무 시끄럽거나 테이블 간격이 좁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륙에는 작은 방이 여러 개 있어 손님들과 찾기 적합하다. 아마 우리 극장이 서울극장으로 옮긴 뒤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대륙일 것이다.
조금 특별한 추억도 있다. 2018년 “하라 가즈오 특별전” 당시 하라 가즈오 감독님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 시네토크가 끝나자 시간은 늦어졌고, 감독님은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택시를 타고 조금 멀리 나갈까도 싶었지만 감독님이 피곤하다고 하셔서 바로 앞에 있는 대륙을 찾았다. 감독님은 일본에도 이런 현지화된 중식당이 있다고 하시며 요리와 맥주를 맛있게 드셨고, 얼마 안 가 앉은 자리에서 바로 주무시기 시작했다. 너무 편하게 주무시는 모습에 바로 깨우지도 못하고 우리끼리 조금 더 얘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 현재 대륙은 옛 "명동 칼국수" 가게로 이전 공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