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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글렌 피카라, 존 레쿼)

김보년 2015. 7. 28. 02:04

     <포커스>의 미덕은 주인공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갖고 있는 전문가적 태도를 명쾌하게 그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은 ‘사기꾼’이다. 그러나 주인공인 니키는 윤리, 도덕적 고민과는 거리를 둔 채 단지 자신의 직업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한다. 감독이 그리려 하는 것도 오직 니키의 투철한 직업 정신 뿐이다. 니키는 사기를 통해 어떤 거창한 대의를 실현하려는 것도 아니고, 직업적 성공보다 더 큰 목적(이를테면 사적인 복수)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는 단지 상대를 더 완벽하게 속이려 할 뿐이다. 그리고 그게 성공했을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 심지어 이를 위해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 정도이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하고 명쾌한 주인공의 행동 원칙이 쉬지 않고 연쇄를 일으키며 결국에는 작은 쾌감을 선사한다.
     즉 <포커스>에는 한 가지 주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그 과정에 워낙 군더더기가 없어 이 소란스러운 영화가 잠시 우아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하나 같이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만을 출연시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전작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2011)에 이어 글렌 피카라와 존 레쿼의 이름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