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베네데타> / <돈 룩 업>

김보년 2021. 12. 10. 17:18

베네데타 / 폴 버호벤 / 2021
- 무슨 이유에서인지 롯데시네마에서만 상영 중인 영화. 청량리 롯데시네마에서 아침 9시에 보고 왔다(택시비…). 나 포함 모두 혼자 온 관객이었고 어째서인지 중년 남성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 영화 보기 전 기대가 영화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워낙 사람들이 뭐라 그러길래 엄청 센 걸 기대하고 있었다. 신앙심 깊은 수녀가 예수와의 ‘만남’을 간절히 바란다는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베네데타와 바톨로메아와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부터는 재미가 서서히 떨어졌다. 그러고선 결말까지는 딱히 놀랍거나 새롭지 않은 무난한 전개였다. 절대적이고 부패한 권위를 비판하고, 공동체 질서를 교란시키는 개인의 욕망을 드높이고, 그 안에 명확히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면을 남겨두고…. 중세와 카톨릭, 여기에 수도원이라는 배경까지 더해지면 어쩔 수 없이 이야기가 도식적으로 읽힐 위험이 높아지는 것 같다. 
- 초반부 전개 다음으로 재미있었던 건 에필로그 자막에 나온 베네데타의 이후 삶이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어져 『수녀원 스캔들』 책을 검색해보니 이미 품절이다. 

돈 룩 업 / 아담 맥케이 / 2021
- 평가가 좀 갈리는 것 같던데, 나는 재밌었다. 아무 영양가 없는 시니컬한 농담만 늘어놓는 게 아닌가 아직도 의심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지금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다고 생각한다. 유명 배우들의 망가지는 연기에 반사적으로 낄낄 거리다가 잠깐씩 서늘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이 영화의 성취라고 생각한다. 
- 오랜만에 제니퍼 로렌스의 씩씩한 모습을 봐서 좋았다. 대놓고 바람피는 디카프리오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마크 라일런스(문제의 재벌 역할)의 기묘한 연기도 좋았다.
- 이 영화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하면 영화의 질을 노골적으로 떨어뜨리는 두 개의 쿠키 장면을 불러 오고 싶다. 왜 이런 영양가 없는 쓸데 없는 농담을 늘어 놓는 걸까? 영화의 주제가 너무 심각해지는 걸 스스로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이 히스테릭한 쿠키가 의외로 영화의 핵심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