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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국수

   가끔씩 잔치국수, 또는 멸치국수를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주로 정신적으로 지치고 육체적으로 허기질 때, 거기에 입맛도 별로 없을 때 잔치국수가 먹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별 고민 없이 “할매국수” 로 간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할매국수는 좁은 골목에 있는 작고 허름한 가게다. 그러다보니 ‘외부 사람’이 일부러 여기를 찾을 것 같지는 않다. 큰 길만 걸어다니면 여기에 식당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테고, 그래서 그런지 주위 가게의 직원으로 보이는 분들과 식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환경미화원 아저씨들과 같이 밥을 먹은 적도 있었다). 영업 시간도 깔끔하게 오후 6시까지라 ‘점심 장사’ 전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가게의 특징은 양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 커다란 스텐인레스 그릇에 갓 끓인 소면을 가득 넣어주시는데 왠만큼 배가 고프지 않으면 국물까지 다 먹기가 어렵다. 고명은 김가루와 약간의 유부 뿐이지만 딱히 고명이 안 아쉬울 정도로 국수를 많이 주신다. 게다가 밥솥에서 보리밥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국수만으로도 배가 불러서 밥은 엄두도 못 내지만. 
   메뉴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해물국수, 회국수, 떡국 등으로 은근히 다양한데 나는 잔치국수만 먹어서 다른 메뉴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잔치국수에 뭔가 엄청난 개성의 맛이 나도 이상할 것 같다. 반찬으로 나오는 시원한 신김치와 함께 따뜻한 국수를 먹고 있으면 이만한 음식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추운 겨울을 맞아 평소보다 더 자주 찾을 것 같은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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