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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끼니

   요즘은 워낙 맛있고 개성 넘치는 빵집이 동네마다 많아 웬만해서는 ‘빵 맛집’ 소리를 듣기 어렵다. 국일관 맞은 편에 있는 『밀: 끼니』도 이런 맥락에서는 특별한 주목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일단 가게 자체가 많이 낡았고 메뉴 구성도 소박한 편이다. 한눈에 예뻐 보이는 알록달록한 디저트를 팔지 않아 유행에 뒤쳐졌다는 느낌도 들며, 작업 공간과 판매 공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살짝 어수선하기도 하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싶으면 바로 옆의 『카페 뎀셀브즈』, 더 선명한 개성의 빵이 먹고 싶으면 조금 걸어서 안국쪽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밥보다 빵을 많이 먹는, 그리고 종로가 직장인 나 같은 사람에게 『밀: 끼니』는 정말 고마운 곳이다. 이곳의 빵은 다들 큼직큼직하고 속이 꽉 차 있어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다. 너무 달거나 너무 짜지도 않아서 부담 없이 밥처럼 먹을 수 있고, 단팥빵에서 소세지낙엽빵, 스콘에서 앙버터, 샌드위치까지 종류도 은근히 다양하다. 게다가 요즘 다시 유행을 타고 있는 다쿠아즈 같은 디저트도 팔고 있다. 진열대에 가득한 빵을 보고 있으면 사장님이 하루 종일 열심히 빵을 굽는다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충동 구매를 해도 큰 부담이 없다. 편의점에서 파는 공장빵이나 『파리 바게뜨』의 익숙한 빵이 먹기 싫을 때 이곳에 가면 새로운 기분으로 즐겁게 빵을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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